뽀식이 이야기(2) 뽀식이에게 문제가 안보인다구요?

뽀식이는 쉼터에서 좀 멀리 떨어진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전에 서술했듯 뽀식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어마무시한 일인지라 소장님은 다리를 들고 다니는 영상을 찍어 한림쉼터의 (반강제) 주치의 선생님이 여쭤봤었다(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 같으니 이 병원을 B병원이라 하자) 얘 어떤 거 같아요?

뽀식이 이야기(1) : 뽀식이를 잡아라
뽀식이도 한쪽 뒷다리를 들고 다녔다. 그때가 7월이었나. 병원에 가야하는데 왕소심한데다가 덩치도 산만한 애들은 참 난감하다. 일단 잡는게 너무 어렵다. 특히 뽀식이처럼 넓은 견사에 여럿이 함께 사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넓은 견사에 컨테이터까지 있으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쉼터의 컨테이너는 죄다 굄돌 위에 얹어있는 형태라 그 밑으로 애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다. 그렇게 굄돌


물론 영상만 보고 정확한 병명을 맞추시는 신과 같은 수의사분은 없다. 다만 임상경험 등을 통해 유추할 수는 있다. 그런데 녀석이 대퇴골두 이형성일 수도 있다고 다른 병원에 가보라하셨다. 왜냐하면 B병원엔 엑스레이 기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림읍에도 엑스레이 기계가 있는 동물병원이 있긴하지만 혹시나 진짜 대퇴골두 이형성일 경우 수술을 해야하니까 그 큰 덩치의 아이를 수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야했다. 대퇴골두 이형성 수술 가능성을 묻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어 가게 되었다.

뽀식이가 병원에 간 적이 있을까? 한림쉼터의 아카이브라 할 수 있는 한림쉼터 ‘네이버 밴드’를 검색해봐도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러니 크게 아팠던 적이 없다는 것일거고, 따라서 병원에 안 가봤을 확률이 높았다.

왕소심한 애들이 병원 등 낯선 환경에 갈 때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너무 소심해서 계속 찌그러져있거나 너무 무서워서 성질을 내거나. 뽀식이는 눈만 봐도 찌그러지는 스타일 같았지만 입질이 살짝 있어서 애도 크고 혹시 몰라 몰라 병원에선 입마개를 씌웠다.

난데없이 잡힌데다가 알 수 없는 커다란 통(켄넬)에 넣어 어딘가로 올리더니 계속 덜컹거리는 울림이 있어(자동차) 몹시 기분이 안 좋더니 갑자기 입마개까지 씌여지니 뽀식이 입장에선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소장님을 자주 봤으니 영 이상한 사람은 아닌데 믿었던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상한 짓을 하니, 저 사람을 계속 믿어야해? 말아야해?

실제로 켄넬 속에서 입마개 착용을 당한 뽀식이의 눈빛은 매우 우울했다. 그리고 뽀식이는 별탈없이 엑스레이를 찍혔고, 촉진을 당했다. 뽀식이가 일기를 쓸 줄 안다면 기괴하고 우울한 하루였다, 라고 쓰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살짝 접질린 건가? 그렇다면 다행인데 대퇴골두 이형성 수술까지 생각한 우리는 조금 어벙벙했다. 우리는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짝 논의가 들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진통제 4일치를 지어주시며 계속 발을 들고 걸으면 더 깊은 검사를 해야한다고 하셨다. MRI 검사라든가.

MRI요? 내가 알기로 제주엔 MRI기계가 제주대 수의대 부설동물병원에만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도 최근에 들어왔다고 알고 있다(쓴 김에 검색해보니 2021년에 들여왔다는 기사가 뜬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검사비만해도 엄청날 것 같았다.

뽀식이를 쉼터로 복귀시키고 우리는 ‘회의’를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관찰하다가 계속 다리를 절면 MRI를 찍을 것인가?

안타깝지만 거기까지는 힘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쉼터에 다리를 절고 있는 애들이 또 있었다. 한다면 그 애들도 검사를 하는게 좋을텐데 후원금으로 그 비용을 감당하면 나머지 애들은 어쩐단 말인가.

우리는 애들 밥 먹어야하고, 적지만 매일 간식도 먹어야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 각종 예방약도 먹어야한다. 그걸 외면한 채 특정 아이에게 소위 ‘몰빵’할 수는 없었다. 혹여나 MRI 검사를 해서 큰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나온다면 그땐 어쩔 것인가? 그 후의 재활은? 많은 것들이 걱정되었다.

뽀식이에겐 하루 두 번 약을 먹였다. 진통제였기 때문에 그동안은 다리를 덜 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