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식이 이야기(3) 뽀식아, 다시 병원가자!

진통제를 다 먹은 뽀식이는 다시 다리를 들고 걸었다. MRI까지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안타까웠지만 일단은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구마를 천 개는 먹은 듯 답답했다. 한림쉼터엔 노견들이 많다. 지금도 이러한데 앞으로는 각종 병이 드러날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후원금을 계획 없이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소길이의 약을 타러 소장님 대신 내가 L병원에 가게 되었다. 약을 타러 갔을 때 병원엔 아무도 없었던 덕분에 상담할 수 있었다. 소길이 상태에 대해 듣고, 약에 대해서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게 되었다

“저... 쉼터에 다리를 들고 걷는 애들이 몇 있는데요, 다른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촉진도 했는데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계속 들고 걸어요. 물론 이렇게 말로만 듣고서는 모르시겠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

선생님은 관절염 초기라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뽀식이는 관절염 초기인 걸까? 상담 당시 계속 그러면 MRI를 찍어보라고 했다는 말은 잊어버리고 못 했지만(에크)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MRI를 찍으면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으니 초기 단계의 관절염도 볼 수 있는 건가? MRI 검사를 못 한다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던 중에 삐용이의 문제가 터졌다. 삐용이도 처음엔 다리를 들고 다녔었다.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 촉진 등을 했지만 병명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두어 달 지났을 때 어깨 쪽이 불룩 튀어나온 것을 보고 놀라서 L병원을 찾았다.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그저 관절염인가? MRI가 아니면 발견을 못 하는 건가? 이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말기 암이라니...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 뽀식이도 그런 거 아냐? 너무 죄송했지만, 소장님이 소길이 병원 데리고 갔을 때 다른 병원에서 찍었던 뽀식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드려 보았다. 그런데 잘 나와야 할 다리 부분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데리고 올 수 있냐고 하셨다.

십자인대 파열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들은 후 소장님은 또 한 번의 뽀식이 병원 이동을 시도하셨다. 우리는 또 만약에 뽀식이가 십자인대 파열이라면, 재활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또 논의했다. 사실 쉼터 환경에서 대단한 재활은 어렵지만 걱정이 되었기에 생각을 나눴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리고 무릎 관절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관절액도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관절액을 뽑아 검사를 하니 염증이 바글바글하더란다. 처음 다리를 들고 다닐 때 치료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뽀식이는 ‘애니콘주’라는 관절주사를 한 대 맞게 되었다. 관절이 좋지 않으니, 살을 좀 빼야겠다는 소견도 들었다. 그래도 수술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이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드러누워버린 뽀식이. 쓰러진 거 아님

뽀식이는 병동 견사로 이동했다. 이사님은 뽀식이를 위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고, 몸무게에 맞춰 매일 먹을 분량의 사료와 너무 배고파하지 않게 포만감을 줄 수 있는 습식 캔도 하나씩 넣어 지퍼백에 담았다. 우리가 애들 다이어트시키는 방법이다. 날짜별로 담아 뽀식이 전용 사료통에 넣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봉사자님들이 뽀식이에겐 전용 사료를 먹여주신다. 이런 식으로 단이도 살을 많이 뺐다. 뽀식이에게도 효과가 있어 무릎 관절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관절주사를 맞은 지 이틀이 지나고 소장님은 뽀식이 영상을 하나 보내주셨다. 뒷다리 한쪽을 들고 다니던 뽀식이가 네 발 모두 땅에 딛고 걷고 있는 영상이었다.

살짝 불편한 감은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걷기와 뛰는 그 중간쯤으로 쉼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구마 천 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한순간에 해소되었다. 다이어트하고 관절주사를 한 번 더 맞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잘 관리하면 괜찮을 것 같다.

개들은 사람 말을 못 하니 의사소통이 안 되고 우리에겐 수의학적 지식이 없으니 앓고 있는 병의 경중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늘 걱정을 달고 산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별이 되는 경우도 있고,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선택이니 선택의 무거움을 늘 느끼고 산다. 그래도 뽀식이의 경우는 잘 해결되어 다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