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이 이야기(2) 그는 왜 ‘삐용’이었을까?

삐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2022년, 주홍이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였다. 주홍이가 한림쉼터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 견사에 있던 아이인지 故 이묘숙 소장님(이하 묘숙 소장님)께 여쭤봤을 때 '삐용이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삐용이네가 어디인지 묻자, 출입구 맞은편에 있는 견사라고 설명해 주셨다. '삐용이네'에는 총 열 마리의 아이가 함께 살고 있었고, 그중 보리를 제외한 모든 아이가 삐용이의 자식이라고 하였다.

수년 전, 묘숙 소장님은 개를 키워 파는 사람에게서 삐용이를 데려왔다고 한다.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쉼터에서 새끼를 낳은 게 두 번이란다. 당시엔 중성화 수술이 안 된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때 태어난 애들이 좀 있다.

한림쉼터 아카이브라 할 수 있는 ‘밴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하다. 삐용이가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임신을 했다. 2018년 어느 날 출산을 했는데 열 마리를 낳았다. 주홍이는 그 열 마리 중 하나였던 거 같다.

이름이 왜 '삐용이'였을까? 녀석이 탈출을 잘하던 녀석은 아니었을까? 소장님께 물어보니 이름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탈출은 잘 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삐용이란 이름은 '빠삐용'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영화 <빠삐용>은 실제 인물인 앙리 샷 리게르의 탈옥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973년에 제작된 영화다. 강한 자유의지를 지닌 주인공이 혹독한 수감 생활 속에서도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삐용이의 이름도 탈출을 상징하는 의미로 붙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삐용이의 젊은 시절

실제로 열 마리 새끼를 낳은 후 녀석들이 어느 정도 크자 그 애들을 다 데리고 원래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개 키워서 팔던 그 집 말이다. 거기도 집이라고 새끼들 다 데리고 간 것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그렇게 갔다는 것은 결국 새끼들 다 데리고 탈출을 감행했다는 거 아니겠는가. 어쩌면 임신 역시 탈출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엄마인 삐용이는 넉살 좋고 사람에게 잘 다가오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의 자식들은 모두 소심해서 상대적으로 삐용이를 더 예뻐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짖거나, 컨테이너 밑으로 숨거나, 사람에게 잘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사료에 맛있는 것을 섞어주면 삐용이는 노련하게 밥그릇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만 골라 먹었다. 내가 '다른 애들도 먹어야지!'라며 막아서면 슬금슬금 피하는 척하다가 다시 다가와 또 먹곤 했다. 어찌 미워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