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이들 구조 사연

예전에 한 국제학교 학생이 요청을 했다. 역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한림이들 중 5마리만 구조 사연을 들려줄 수 있냐는 거였다. 유기견 관련 프로젝트 마무리로 팟캐스트로 구조 관련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보내주기로 했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그정도는 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 학생이 인스타 DM으로 요청을 한 것 같은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별 다른 반응이 없어서 알아서 해결했나보다했다.

그런데 메일이 왔다. 아, 학생이 인스타로 연락한 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구상해놓았던 것을 얼른 써서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이런 자료는 구하기 어렵다며 정말 감사하다했다. 아, 그랬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였나? 앞으로는 학생 프로젝트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게 어려울 것 같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겠다.

학생에게 보냈던 ‘귀한 자료’를 공개한다. ㅎㅎㅎㅎ


한림쉼터 유기견 사연

작성 : (사)제제프렌즈 대표 홍난영

한림쉼터는 2016년부터 운영되었습니다. 당시 이묘숙 소장님이 설립, 운영하셨으나 2022년 7월 갑자기 돌아가시며 (사)제제프렌즈가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1. 삽살이

삽살이는 봉사자분이 공사장에서 배회하고 있던 녀석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공사가 진행 중일 때는 녀석이 다가오면 밥을 주었으나 공사가 끝날 즈음이 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죠. 사람이 없으면 또 굶을까봐 구조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땐 이묘숙 소장님이 살아계실 때였는데 소장님은 녀석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봉사자 몇 분과 현장을 찾았습니다. 매일 오는 건 아니라고했는데 그날은 녀석이 나타나더라구요. 준비해간 켄넬에 습식캔 등 간식을 넣고 녀석을 유혹했는데 입구까지는 왔지만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겠죠. 길에서 사는 녀석들은 일단 경계를 합니다. 그것이 녀석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겠죠.

여럿이 이렇게 저렇게 꼬셔서 캔넬에 넣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 길로 바로 쉼터로 데려왔고 등록칩은 없어 쉼터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공사장에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 ‘삽살이’입니다. 품종견 삽살이는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생겨서 그리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2년 정도는 만질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장난도 친답니다. 쓰담쓰담도 잘 해주고 있어요.

구조 당시 삽살이

2. 슈퍼와 원더

슈퍼는 쉼터 앞에서 떠돌아다니던 녀석이었습니다. 봉사자분들이 쉼터 밖에다 두는 밥을 먹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2022년 전의 상황). 잡힌다면 쉼터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었지만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이 다친 채 쉼터 앞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물린 것 같았고 다친 녀석은 도움을 받고자 쉼터로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많이 다친 상태였기 때문에 녀석을 잡을 수 있었고, 바로 병원에 이송,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때 중성화 수술도 함께 했고, 등록칩도 했습니다. 그리고 ‘슈퍼’라는 이름도 붙여주었습니다. 쉼터의 ‘마트’라는 아이와 친했었기에 마트 친구 슈퍼라고 지은 것이지요.

퇴원 후 쉼터 견사에 두었으나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상처가 거의 다 나은 상태에서 탈출을 한 겁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녀석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어요. 웬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슈퍼는 남자였고, 데려온 강아지는 여자였습니다.

여자친구가 아니었을까요? 여자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슈퍼 여친도 받아들였습니다. 슈퍼의 여친이라 ‘원더’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슈퍼맨과 원더우먼 아시죠? 지금도 둘은 한 견사에서 사이좋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원더를 데리고 온 슈퍼

3. 룽지

어느 날 쉼터 앞에서 보였다 사라지는 누렁이 한 마리를 보게 됩니다. 저 멀리서 보였다가 다가가면 사라지곤했습니다. 제주엔 반려견을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그냥 두고 보았죠. 그러나 우리 슈퍼, 가끔씩 탈출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탈출 못하게 견사를 지붕까지 다 막았기에 못 나갑니다만 그땐 그랬습니다.

어느 날, 멀리서만 보이던 누렁이는 슈퍼와 같이 나타났습니다. 둘이 굉장히 친한 것 같았어요. 슈퍼, 이 녀석은 친화력 갑인 모양이었어요. 사람을 경계하던 누렁이는 슈퍼때문인지 서서히 다가왔고, 혹시나 싶어 쉼터 문을 열어줬더니 같이 들어왔습니다. 둘이서 몸을 비비고 난리가 났더라구요. 또 혹시나 싶어서 마침 비어있던 견사 문을 열고 간식으로 유혹해봤습니다. 녀석은 살짝 경계를 했지만 이내 들어왔습니다. 이때다 싶어 문을 꽝 닫았지요.

원더 때는 경황이 없어 그냥 받아들였지만 원칙대로라면 동물보호센터에 신고, 등록칩이 없는 경우 공고기간을 거쳐야 정식으로 소유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녀석은 절차를 밟았습니다. 녀석은 월요일 고정 봉사자인 신해님이 지어주신 ‘룽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룽지는 공고기간을 거쳐 보호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제제프렌즈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슈퍼, 원더, 룽지는 현재 한림쉼터의 ‘발랄 삼총사’입니다. 셋이 그렇게 친할 수가 없습니다.

슈퍼와 룽지

4. 마트

마트는 마트 앞에서 발견, 구조되어 이름이 ‘마트’라고 합니다. 돌아가신 소장님께서 구조한 아이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트는 쉼터 밖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마 잡으려고해도 잡히지 않아 그랬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2번의 슈퍼와 친해졌던 것 같아요. 녀석도 어느 날 보니 눈 쪽이 다쳐서 돌아다니고 있더라구요. 슈퍼처럼 큰 상처는 아니었기에 잡히진 않았어요. 그래서 포획팀의 협조를 구해 포획, 동물병원으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마찬가지로 쉼터 견사로 보냈죠. 마트는 슈퍼와 달리 탈출을 잘 하는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지내다 어느 날 긴 울음 소리를 내더니 그 후부터 비로소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길게 울던 그때 더 이상은 예전처럼 돌아다닐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마음껏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호도 안될뿐더러 주변에 피해를 주면 민원도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5. 호리

호리 역시 돌아가신 소장님이 구조한 강아지입니다. 이호태우해변 근처에서 눈이 다친 채 밥을 얻어먹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해요. 이호리에서 발견되었다고 이름이 ‘호리’라고 합니다. 당시 주변에 물어봐도 호리의 보호자는 없었기에 구조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눈이 좋지 않았던 호리는 우리가 쉼터를 인수할 즈음에도 그랬고, 병원에 가니 이미 시력은 상실했고 그냥 두면 계속 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여 적출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눈이 한쪽밖에 없어요. 그래도 성격이 어찌나 좋은지 사람에게 정말 잘 다가오고 금방 친해집니다.

어느 날 보니 마트와 호리가 친한 것 같더라구요. 원래는 견사 하나씩 열어주며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워주는데 슬며시 둘을 같이 풀어보았습니다(각각 다른 견사에 살아요). 그랬더니 정말 잘 놀더라구요. 우리끼리는 SC탄생이라고 했습니다. shelter couple이라는 뜻이죠. 지금도 둘은 항상 같이 풀어놓습니다.

수술 후 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