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삼각지에 다녀오다
지난달 보리와 ‘6호광장’이라 이름 붙인 산책코스를 다녀왔고, 그 이후 동네 공원에 다녔다. 오늘은 ‘삼각지’라 이름 붙인 산책코스를 다녀왔다. 작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는 곳인데 땅 모양이 삼각형이라 그리 이름 붙였다.
처음 가 본 곳이라 보리는 또 엄청나게 냄새를 맡았다. 녀석은 호기심이 강해 이곳저곳을 다 둘러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좋아 한없이 냄새를 맡도록 따라가 주었다. 어느 곳에선 빙빙빙 돌더니 빅똥을 푹푹 싸주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개 산책을 나가면 종종 어떤 사람은 똥을 치우라고 한다. 싸면 치우겠다고 하니 어떤 똥을 가리키며 이건 뭐냐고 묻는다. 뭐긴 뭐겠는가. 딴 개가 싼 똥이지. 그래서 나는 말한다.
"그거 얘가 싼 똥 아닌데요."
그러면 일반화를 시켜 개가 산책을 왜 나오냐, 똥을 치워야지, 잔소리가 늘어난다. 그럴 때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딴 개가 싼 똥을 일일이 치워야 하나요?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도 다 치우고 다녀야겠네요? 직업으로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서요."
물론 말해봤자 소용은 없다. 그 사람은 논리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까.
보리를 산책시키면서는 다른 말이 생각났다. 만약 어떤 똥을 두고 보리가 싼 거 아니냐고 우길 때 난 이렇게 말하리라.
"저 똥을 얘가 쌌다고 생각하세요? 얘 똥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사람 똥보다 커요."
쿠쿳. 보리의 빅똥을 보고 나 혼자 생각하고 빙그레 웃었다. 물론 쓸데없는 말이다. 그 사람은 얘가 싼 똥인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새로운 산책 코스를 다녀온 보리는 기분이 좋은지 사람으로 치면 ‘룰루랄라’하며 똥강똥강 걸어 다녔다. 아직 도로에 뛰어들려고 하는 걸 보면 걱정되지만(이중 줄을 하고 있어 냅다 잡아챈다) 다른 산책 코스도 갈 정도로 훈련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