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식이 이야기(1) : 뽀식이를 잡아라

뽀식이도 한쪽 뒷다리를 들고 다녔다. 그때가 7월이었나. 병원에 가야하는데 왕소심한데다가 덩치도 산만한 애들은 참 난감하다.

일단 잡는게 너무 어렵다. 특히 뽀식이처럼 넓은 견사에 여럿이 함께 사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넓은 견사에 컨테이터까지 있으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쉼터의 컨테이너는 죄다 굄돌 위에 얹어있는 형태라 그 밑으로 애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다. 그렇게 굄돌 위에 올려두면 임시로 둔 거라 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썰이 있었다고 하고, 또 고 이묘숙 소장님은 컨텐이너 밑이라도 있어야 약체들이 도망갈 수 있다고 믿으셨단다.

컨테이너가 굄돌 위에 올라가 있다(강아지는 소보루)

실제로 그렇게 숨어서 덜 다친 애들도 있지만 숨을 수 있었기에 사람을 피해다닌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아파도 숨어지내거나 피해다니면 병원에 데려갈 수가 없다. 애초에 한 견사에 많은 아이들을 함께 지내게 한 것부터가 문제다.

뽀식이도 그런 애들 중 하나였다. 견사는 넓었고, 컨테이너까지는 아니지만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작은 공간이 있었고, 공간의 밑에는 15kg정도 아이는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며 공간 뒤로도 숨을 수 있었다.

뽀식이는 다리가 아픔에도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덩치가 커서 공간 밑으로 기어들어가진 못했지만 당췌 잡히질 않았다. 어쩌다 잡는다해도 목줄을 하거나 켄넬에 넣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러나 집념의 이연 소장님. 뽀식이를 잡았다. 하네스까지 채웠다. 여기까지만해도 대단한 거다.

자, 이제 차에 태워야한다. 하네스를 하고 스스로 차에 올라타주는 녀석들은 참 고맙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하네스를 하자마자 걷지 않겠다고 버티는 애들은 어쩌랴. 가볍기라도 하면 안고 가기라도 하지. 뽀식이? 36kg가 넘는다.

남자분들이라면 거뜬하게 안아 올릴지 모르겠지만 40대 후반 ~ 50대 초반의 우리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15kg짜리 사료 한 포 드는 것도 힘들던데. 왜 이리 힘없이 태어난 것이냐. 힘 쎈 여자들은 15kg 사료 두포도 막 들던데.

뽀식이, 안 나간다고 버틴다.

바퀴 달린 들 것이라도 있으면 태워서 갈텐데. 하지만 개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문도 많고, 턱도 많다. 참 복잡하다. 어쨌든 이연 소장님은 7월의 땡볕 아래에서 뽀식이 병원 데려가려고 고군분투 끝에 켄넬에까지 넣었다.

자, 이제 뽀식이를 품은 켄넬을 차에 올려야한다. 켄넬의 무게까지 더해져 4~50kg가 되었다. 어떻게 들어올릴 수 있을까? 근데 이연 소장님은 그걸 또 해낸다. 진짜 젖 빨던 힘까지 다 써서 올렸겠지.

이쯤되니 작은 리프트 같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있었다. 수동으로 밟아서 리프트를 올리는 형태였다. 이 정도면 켄넬을 올리고 옮기는 것까지 편리할 것 같았다.

출처 : 금양산업 수동 지게차

물품 구입 및 관리를 담당하고 계시는 김 이사님께 보여드리니 비싸다고 안된다고 했다. 거의 30만원 돈. 그래도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쓰임이 더 많아지면 구입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 그러면 이연 소장님이나 우리 허리가 매우 힘들어질 것 같다.

끝난 것이 아니다. 병원 안에 들어갈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병원에 주차장이 넉넉한 걸 보지 못했다. 있어도 몇 대 세우면 끝이라 멀리 세우고 와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

뽀식이 품은 켄넬은 어쩌지? 그래도 갔다. 어떻게? 다행히 켄넬엔 바퀴가 달려있었다. 켄넬 자체가 대형견용이니 바퀴를 달아 끄는 편리함을 주었다. 현명하다.

나 진짜 바퀴라는 걸 발명해준 옛날옛날 그 누군가에게 감사드린다. 바퀴야말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퀴 덕분에 효율이 얼마나 올라갔는가. 바퀴 달린 작은 카트만 있어도 짐을 여러개 올려 끌고 남은 한 손에 짐을 더 들고 갈 수 있다. 진짜 감사하다.

그렇게 이연 소장님은 많은 시간을 들여 결국 뽀식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입마개를 하게 된 뽀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