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나의 세계를 건설해가는 과정

<거인의 노트> 세 번째 이야기

  • 기록은 나를 알게 하고(메타인지), 나는 평가할 수 있게 돕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나의 세계를 건설해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 현재의 나를 알게 하고 평가할 수 있다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외부의 지식과 지혜를 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세계는 점점 더 확장될 것입니다.
[홍대표의 독서 유니버스]는 관심분야의 책을 매일매일 '미세하게' 읽고, 생각을 남기는 코너입니다.

<포켓몬>을 본 적은 없지만 내게 보이는 느낌은 이렇습니다. 내 곁에 항상 있는 존재이며 성장한다. 더불어 나도 성장한다.

그렇게 본다면 기록이 꼭 포켓몬 같아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늘 옆에서 있어 주고, 나를 도와주고, 또 서로 성장하는. 제가 이해한 포켓몬이 맞나요? (이 문장을 쓰기 위해 포켓몬 시리즈를 봐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그 많은 걸 다 볼 자신이 없어 일단 저지르고 봅니다.)

Prompt : pokemon, painting, expressive/ Image by Stable Diffusion

기록 그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써먹지 못한다면 기록해서 뭐할건가요? 써먹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거잖아요. 그것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우리가 성장해야 의미가 있는 거죠. 그중에서 가장 기본이 나를 아는 것입니다.

사람은 눈에 보여야 조금 더 쉽게 무언가를 할 수 있어요. 추상적인 것을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기록은 눈에 보이는 형태입니다. 아니, 보이는 형태로 만든 게 기록일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기록을 '비교'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즉 평가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언제나 객관적인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거죠.


저는 한림쉼터 아이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소장님이 돌아가시면서)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애들 파악을 하기 위해 시작했어요. 오랜 봉사자분들에게 이름을 물어봤고, 아무도 이름을 기억 못 하는 아이에겐 새로 이름을 지어주었죠.

그리고 마찬가지로 계속 조사를 하면서 대략적인 나이, 중성화 여부, 성별 등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치료나 이동이 있을 때였답니다. 그것도 기록했어요. 다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어떤 아이가 언제 어떤 치료를 어디에서 받았는지 등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어요.

요즘은 봉사자분들이 찍어주셨던, 또 찍어주고 계신 아이들의 사진/영상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컨텐츠를 만들려면 '자료'가 필요하니까요.

컨텐츠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세계'가 될 것입니다.

물론 한림쉼터와 아이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죠.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있는 거에요. 기록을 해야 더욱 풍부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가 있어요. 즉,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는 '세계'가 되는겁니다.

붕붕이

이 과정에서 평가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가기 위한 시도가 계속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지 않겠어요? 한림쉼터도, 아이들도, 그리고 기록하는 저두요.

그리고 독서 등 외부 지식과 지혜를 기록하고 그걸 보면서 평가합니다. 지금 이 글처럼요. 그리고 그것은 다시 한림쉼터와, 아이들, 그리고 저의 성장으로 되돌아오리라 믿습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도요.


"기록형 인간은 경험 기억의 전체를 담는 동시에 그것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단어 몇 개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것들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자신의 이야기와 글, 강의 그리고 사상이 된다."(113p.)

"어떤 정보라도 나만의 논리로 구성하면 서사가 생긴다. 책에 담긴 지식을 자신의 서사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서의 과정이다."( 13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