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쉼터 아이들의 대이동

민간 동물보호시설 신고를 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일이 필요합니다.

  1. 산지전용 : 현재 땅에 용도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허가(현재 땅은 임야)
  2. 건축 인허가 : 건축물(견사)를 짓겠다는 인허가
  3. 건축 : 설계를 통한 실질적 공사

불법은 그냥 하면 됩니다. 봉사자분들과 함께 펜스 사다가 세우면 끝입니다. 하지만 합법으로 하려면 1~3번을 모두 거쳐야 합니다. 모두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1번의 경우 전용허가를 받으려는 토지의 완전복구가 전제조건입니다. 완전복구란 완전철거 그 이상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각종 견사와 컨테이너, 그리고 116마리의 개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동하지 않고 허가를 받을 수는 없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조언을 얻고 자료를 찾아봅니다.

점진적 철거를 통한 허가, 토지 분할을 통한 허가 등등등을 제안해보지만 법적으로 안된답니다.

또 다른 땅을 임대해서 거기에 다시 불법 건출물을 짓고 116마리 애들을 이동한 후, 현재 쉼터 땅을 '임야'로 복구해야 허가가 가능하답니다. 나무를 심어야할 수도 있답니다. 그 전의 모습이 어땠는지 저는 알 길이 없으므로... (아, 네이버 지도에 보니 2013년도 모습이 있긴하더군요).

2, 3번도 갈 길이 먼데 1번에서 일단 막혔습니다.

이도저도 안되면 한림쉼터 아이들의 대이동이 불가피해보입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해봅니다.


어찌됐든 땅을 구한다. 현재 한림쉼터를 A라고 하고 새로 구한 땅을 B라고 하자.

우선 A의 컨테이너들을 빼서 B로 옮겨 벽처럼 두른다. 남은 둘레는 펜스로 해야겠지.

문제는 크레인이 쉼터 A견사 쪽에 들어올 수가 없어 컨테이너를 뺄 수가 없으니 이것부터 정리해야한다. 그렇다면 육번이네~ 똘이네부터  이동을 해야하는가?

스트롱독을 활용하여 B쪽에 견사를 짓는다. 부족하므로 더 구입해야한다. 이건 나중에 신축 후에도 사용할 계획이므로 괜찮다. 약 천 만원이 소요될 것 같다. 부피도 커서 하차할 때 지게차가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하지?

견사를 다 지은 후 A에서 B로 대이동을 한다. 호리 같은 애들은 상관없는데 보듬이, 까치, 구달이 같은 애들은 어떻게 옮기지? 애들을 잡아서 옮기는 것도 문제다. 켄넬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한 번에 1~2마리 옮길 수 있는데 몇 번을 왔다갔다해야하지? 대박이는 어떻게 하지?

대이동이 완료될 때까지 두 군데를 왔다갔다하며 애들 밥물똥뛰해야한다.

만약 B에 수도시설이나 화장실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지난 번 눈 올 때 수도 얼어서 물을 사갔는데 물그릇 하나에 거의 1리터가 들어갔다. 116마리니까 아무리 못해도 하루 1.5리터 100개는 들어간다. 그럼 도대체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야?


이런 식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것을 해내어야 법적 테두리에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 강제철거의 근거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일단 합법이 되어야 그 다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 힘겹네요.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민간 동물보호시설 신고를 해야하고, 이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스타트업 활동(아래 글 참고)도 해야합니다.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1~2년은 이 과정을 이행하기 위한 투쟁(혹은 전쟁?)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과 참여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참고글 :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하면 영리 기업을 떠올리기 쉬운데 ‘비영리 스타트업’은 그러한 마인드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한다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비영리도 돈은 필요하니까요. 한림쉼터만해도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사료, 간식, 예방약, 병원비, 운영비(공과금, 쓰레기 봉투 등 소모품), 견사 보수비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