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쉼터
112마리의 유기견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제주의 유기견 보호소입니다
삐용이 이야기(6) 삐용이가 떠난 뒤
삐용이가 떠났다는 소식을 인스타에 올리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삐용이 얼굴만 봐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가 선택한 사진은 신해님과 갔던 바닷가 소풍 때 사진이었다. 쉼터에서도 늘 웃고 다녔지만, 그때 표정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그냥 눈물 뚝뚝 흘리고 싶었지만, 티를 내지 않기로
삐용이 이야기(5) 결국, 삐용이
진통 패치를 제거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삐용이는 일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혹시 몰라 패치를 제거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게 그 탓은 아닌 것 같다 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무너져 내렸던 것 같다. 우리가 먹고, 자고, 쉬는 동안에도 그 독한 암세포들은 부지런하게도 움직였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 가혹한 거니? 우리 가여운 삐용이에게 도대체 왜
삐용이 이야기(4) 삐용이가 말기 암 환자라니
CT 결과가 나왔다. 명백히 암이었다. 폐까지 전이가 되었다고 했다.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평균 2달...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달이라고 했다. 그렇게 삐용이는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때는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이었다. 암은 매우 고통스러운 병이라던데, 삐용이는 그동안 그 모든 고통을 참고 있었던 것일까? 한여름의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 그걸 견뎌왔던 걸까?
삐용이 이야기(3) 삐용이가 앞발을 들고 다녀요
어느 순간부터 삐용이가 앞발을 들고 다녔다. 발을 들고 걷는다는 건 그쪽 발이나 다리 어딘가가 아프다는 신호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간혹 발 패드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삐용이에겐 상처가 발견되진 않았다. 그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 가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삐용이 이야기(2) 그는 왜 ‘삐용’이었을까?
삐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2022년, 주홍이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였다. 주홍이가 한림쉼터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 견사에 있던 아이인지 故 이묘숙 소장님(이하 묘숙 소장님)께 여쭤봤을 때 '삐용이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삐용이네가 어디인지 묻자, 출입구 맞은편에 있는 견사라고 설명해 주셨다. '삐용이네'에는 총 열 마리의 아이가 함께
삐용이 이야기(1) 삐용이가 움직이질 않아요
“삐용이가 움직이질 않아요.” 소장님의 말을 듣는데 심장이 쿵쾅거렸다. 움직이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눈만 껌뻑대고 움직이지 않는다구요.” 아, 살아는 있구나. 삐용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한정적인지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건데요?
뽀식이 이야기(3) 뽀식아, 다시 병원가자!
진통제를 다 먹은 뽀식이는 다시 다리를 들고 걸었다. MRI까지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안타까웠지만 일단은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구마를 천 개는 먹은 듯 답답했다. 한림쉼터엔 노견들이 많다. 지금도 이러한데 앞으로는 각종 병이 드러날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후원금을 계획 없이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소길이의 약을 타러 소장님 대신
뽀식이 이야기(2) 뽀식이에게 문제가 안보인다구요?
뽀식이는 쉼터에서 좀 멀리 떨어진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전에 서술했듯 뽀식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어마무시한 일인지라 소장님은 다리를 들고 다니는 영상을 찍어 한림쉼터의 (반강제) 주치의 선생님이 여쭤봤었다(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 같으니 이 병원을 B병원이라 하자) 얘 어떤 거 같아요? 뽀식이 이야기(1) : 뽀식이를 잡아라뽀식이도 한쪽 뒷다리를 들고 다녔다. 그때가
다단계 점조직
한림쉼터는 국제고등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다. 아주 가까운 건 아니지만 다른 유기견 보호소에 비해 가까워서 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온다. 현재 국제고등학교는 네 개다. NLCS, 브랭섬 홀 아시아,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 한국국제학교가 그것이다. 이 네 곳에선 모두 봉사를 온다. 자주 오는 곳도 있고, 가끔 오는 곳도 있다. 방학 때는 학생들 봉사가 없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라이프 스타일
소길이가 병원가는 날이다. 소길이는 장에서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해 꾸준하게 병원에 다니고 있다. 작년 5월부터 설사를 잡고 살을 찌우기 위해 건강한 강아지의 응가를 분말화한 약도 두 달간 먹었고, 요즘은 유산균을 먹이고 있다. 오래도록 관리를 해서인지 응가도 비교적 괜찮아졌고, 살도 쪘다. 응가 캡슐을 먹고, 유산균으로 바꾼지 2주정도 되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뽀식이 이야기(1) : 뽀식이를 잡아라
뽀식이도 한쪽 뒷다리를 들고 다녔다. 그때가 7월이었나. 병원에 가야하는데 왕소심한데다가 덩치도 산만한 애들은 참 난감하다. 일단 잡는게 너무 어렵다. 특히 뽀식이처럼 넓은 견사에 여럿이 함께 사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넓은 견사에 컨테이터까지 있으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쉼터의 컨테이너는 죄다 굄돌 위에 얹어있는 형태라 그 밑으로 애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다. 그렇게 굄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