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이 이야기(1) 삐용이가 움직이질 않아요
“삐용이가 움직이질 않아요.”
소장님의 말을 듣는데 심장이 쿵쾅거렸다. 움직이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눈만 껌뻑대고 움직이지 않는다구요.”
아, 살아는 있구나. 삐용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한정적인지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건데요?”
“모르겠어요.”
삐용이는 말기 암 환자다. 그러니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가만있을 수 있었을까? 앞다리 어깨 쪽에 골육종이 생겼고, 폐로 전이되었다고 한다. 그 암은 매우 공격적이라고 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두 달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암 진단을 받고 이연 소장님(이하 소장님)은 삐용이를 임시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게 한 달 조금 못 됐을 시기였다.
“밥은 먹어요?”
“먹긴 먹어요. 그런데 하루하루가 다르긴 하네요. 얼마 전 산책할 때 갑자기 길바닥에서 드러누워서 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고. 고개도 잘 못 들어요.”
이사님과 소장님과의 통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원인을 추론해 낼 수 있었다.
“혹시 진통 패치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삐용이는 추석 연휴 전에 진통 패치를 붙였다. 그 이후로 상황이 급변했던 것이다. 그래도 패치를 붙이기 전까지는 걸어 다녔고, 후원자분이 마련해준 삶은 쇠고기도 잘 먹었다. 그 영상을 인스타에 공개하기도 했었다.
혹시 진통 패치가 너무 센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갑자기 애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진통 패치 문제이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빨리 무너져 내릴 리가 없었다. 패치만 제거하면 다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그 절망 속에서도 움텄다. 이 작은 가능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병원에 방문한 삐용이는 움직일 수가 없어 원장님 책상에 드러누웠다. 그래도 간식을 주니 잘 받아먹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진통 패치의 부작용일 수 있다며 제거했다.
“아직 몸속에 기운이 남아있어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상황을 계속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