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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 단이 이야기 :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거야?

제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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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분 걸림 -

단이는 오른쪽 뒷다리가 아픕니다. 관절염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관절이 안 좋아지듯, 개도 그렇겠지요.

노견, 단이 이야기(제주 한림쉼터 : 유기견 보호소)
단이가 오른쪽 뒷다리를 절룩거립니다. 소장님은 그런 단이를 데리고 걱정하며 병원에 데려가셨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관절염이라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근손실도 없고, 고관절과 슬개골도 괜찮다는 것이었어요. 단이는 2013년생 추정입니다. 올해로 11살이 되는 거죠. 그리고 리트리버 피가 섞인 대형견입니다. 대형견의 평균수명은 10~12살이라고 합니다. 물론 평균수명이니 단이는 더 오래 살 수도
단이가 병원 다녀온 이야기

가장 시급한 것은 다이어트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통통해졌거든요.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살을 빼야합니다. 문제는 세 마리가 함께 한 견사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셋이 같이 있기에 밥도 그릇 세 개에 나눠주지만 누가 더 많이 먹는지까지는 파악이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단이는 산책 다녀오라고 견사 문을 열어줘도 늦게 나가거나, 일찍 들어와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었습니다. 그 모습만으로 단이가 더 많이 먹는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산책보다 먹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몸매를 보면...

날씬했던 젊은 날의 단이(가운데)

현재 몸무게는 26.6kg입니다. 병원에선 20kg가 적정 몸무게라고 하더라구요. 사람도 그러하듯, 살을 갑자기 빼면 좋지 않으니 김 이사님은 한 달동안 3~4%정도 빼보자고 목표를 잡았습니다. 약 1kg정도가 되겠네요.

이를 위해서는 단이를 분리해야했습니다. 분리해서 적정량의 사료를 줘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견사를 지으려고 출동했습니다. 비록 견사를 쉽게 지을 수 있는 제품으로 짓는 것이지만 단이네 견사엔 엄청 큰 타이어도 있었고, 그동안 파놓은 구멍들이 많았습니다. 이것부터 처리해야하는 거죠.

흙 옮기기

우선 타이어를 걷어내고(타이어는 왜 거기 있었을까요? 의문...) 구멍을 메워봅니다. 흙이 필요해서 보호소 한 켠에 사다둔 흙을 퍼옵니다. 그런데 단이네 견사와 거리가 좀 있습니다. 흙은 B견사 대문 밖에 있어요. 단이네 견사는 A견사 쪽에 있구요.

흙은 그동안 온 비를 잔뜩 머금고 있어서 양동이에 퍼서 가져가는데 꽤 무겁더군요. 이 소장님은 더 많은 흙을 한꺼번에 옮기기 위해 외발 수레를 가져와 흙을 퍼담습니다. 외발 수레를 끌어본 적이 별로 없으니 앞 뒤로 사람이 붙어 균형을 잡으며 옮깁니다.

삽질하는 이소장님

그리고 B견사와 A견사를 연결하는 문은 외발 수레가 통과할 수 없습니다. 수레 폭이 더 넓거든요. 그래서 그 앞에서 다시 흙을 양동이에 퍼서 옮깁니다. 갑자기 이게 뭔 짓인가 싶습니다. 이렇게 원시적일 수가!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견사 만들기

견사는 또 그냥 만들어지나요? 제품을 옮깁니다. 견사 펜스 역시 흙과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대문 안에 있냐, 밖에 있냐의 차이 뿐입니다. 박스를 뜯어서 하나하나 옮깁니다. 홍 대표(글쓴이)는 두 개를 한꺼번에 옮길 욕심으로 들었다가 무거워서 옮길 수 없어 그 자리에 멈춰선 채 방황합니다.

하나를 두고 하나만 들어야하는데 이미 손에 두 개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 모습을 본 이 소장님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 눈빛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이러는 것 같았거든요. '저런 하찮은...' 갑자기 <무한도전>의 하찮은 형이 떠오릅니다. 홍 대표는 몸 쓰는 것이 미숙합니다. 힘도 약합니다. 정말 하찮습니다.

어쨌든 옮긴 펜스로 김 이사님이 견사를 짓습니다. 그 사이 궁금했는지 단이는 짓고 있는 견사로 들어와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나름 흙으로 메운 땅, 그리고 그 위에 앉아있는 단이

이 소장님이 어디선가 개집을 들고와 넣어주니 바로 들어갑니다.

홍 대표가 후원받은 이불을 가져와 깔아주니, 제대로 깔기도 전에 집으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고는 옆에서 견사를 짓던 말던 곤히 잠이 듭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입니다. 우리 단이 귀엽다, 로 시작해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못해준 것이 너무 미안해서 짠하기도 합니다.

개들과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이럴 땐 참 답답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잘 모릅니다. 셋이 있는 게 더 좋은지, 혼자있는 게 더 좋은지.

물론, 따로 또 같이 있는게 가장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공간도 있고, 같이 놀고 싶을 땐 같이 놀 수도 있는. 그런데 유기견 보호소에서 그게 쉽진 않습니다.

단이가 잠은 잘 잤는지 모르겠네요. 이불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 이불, 개집에서 꺼내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개들은 집에 이불을 깔아주면 그걸 기어코 빼냅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개는 얌전히 이불 깔아준 그대로 그 위에서 쉬는데 말이죠. 개들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다이어트 돌입

이제 단이는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김 이사님이 다이어트 사료를 준비했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습식캔도 하나씩 먹이기로 했어요. 관절 영양제도 넣었습니다. 마침 후원받은 관절 영양제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네요.

아래와 같이 지퍼백에 매일의 사료를 넣어둘 예정입니다. 사료를 넣을 양동이도 사서 그 안에 날짜별로 넣어둘거에요. 봉사자분들은 해당 날짜의 사료를 주시면 됩니다.

우선 살을 빼보고, 계속 아파하면 그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단이가 노견이라 더욱 걱정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단이, 살 빼고 건강해져보자. 산책할 땐 다같이 놀 수 있을거야. 늦었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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