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단이 이야기 :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거야?
단이는 오른쪽 뒷다리가 아픕니다. 관절염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관절이 안 좋아지듯, 개도 그렇겠지요.
가장 시급한 것은 다이어트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통통해졌거든요.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살을 빼야합니다. 문제는 세 마리가 함께 한 견사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셋이 같이 있기에 밥도 그릇 세 개에 나눠주지만 누가 더 많이 먹는지까지는 파악이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단이는 산책 다녀오라고 견사 문을 열어줘도 늦게 나가거나, 일찍 들어와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었습니다. 그 모습만으로 단이가 더 많이 먹는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산책보다 먹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몸매를 보면...
현재 몸무게는 26.6kg입니다. 병원에선 20kg가 적정 몸무게라고 하더라구요. 사람도 그러하듯, 살을 갑자기 빼면 좋지 않으니 김 이사님은 한 달동안 3~4%정도 빼보자고 목표를 잡았습니다. 약 1kg정도가 되겠네요.
이를 위해서는 단이를 분리해야했습니다. 분리해서 적정량의 사료를 줘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견사를 지으려고 출동했습니다. 비록 견사를 쉽게 지을 수 있는 제품으로 짓는 것이지만 단이네 견사엔 엄청 큰 타이어도 있었고, 그동안 파놓은 구멍들이 많았습니다. 이것부터 처리해야하는 거죠.
흙 옮기기
우선 타이어를 걷어내고(타이어는 왜 거기 있었을까요? 의문...) 구멍을 메워봅니다. 흙이 필요해서 보호소 한 켠에 사다둔 흙을 퍼옵니다. 그런데 단이네 견사와 거리가 좀 있습니다. 흙은 B견사 대문 밖에 있어요. 단이네 견사는 A견사 쪽에 있구요.
흙은 그동안 온 비를 잔뜩 머금고 있어서 양동이에 퍼서 가져가는데 꽤 무겁더군요. 이 소장님은 더 많은 흙을 한꺼번에 옮기기 위해 외발 수레를 가져와 흙을 퍼담습니다. 외발 수레를 끌어본 적이 별로 없으니 앞 뒤로 사람이 붙어 균형을 잡으며 옮깁니다.
그리고 B견사와 A견사를 연결하는 문은 외발 수레가 통과할 수 없습니다. 수레 폭이 더 넓거든요. 그래서 그 앞에서 다시 흙을 양동이에 퍼서 옮깁니다. 갑자기 이게 뭔 짓인가 싶습니다. 이렇게 원시적일 수가!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견사 만들기
견사는 또 그냥 만들어지나요? 제품을 옮깁니다. 견사 펜스 역시 흙과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대문 안에 있냐, 밖에 있냐의 차이 뿐입니다. 박스를 뜯어서 하나하나 옮깁니다. 홍 대표(글쓴이)는 두 개를 한꺼번에 옮길 욕심으로 들었다가 무거워서 옮길 수 없어 그 자리에 멈춰선 채 방황합니다.
하나를 두고 하나만 들어야하는데 이미 손에 두 개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 모습을 본 이 소장님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 눈빛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이러는 것 같았거든요. '저런 하찮은...' 갑자기 <무한도전>의 하찮은 형이 떠오릅니다. 홍 대표는 몸 쓰는 것이 미숙합니다. 힘도 약합니다. 정말 하찮습니다.
어쨌든 옮긴 펜스로 김 이사님이 견사를 짓습니다. 그 사이 궁금했는지 단이는 짓고 있는 견사로 들어와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이 소장님이 어디선가 개집을 들고와 넣어주니 바로 들어갑니다.
홍 대표가 후원받은 이불을 가져와 깔아주니, 제대로 깔기도 전에 집으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고는 옆에서 견사를 짓던 말던 곤히 잠이 듭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입니다. 우리 단이 귀엽다, 로 시작해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못해준 것이 너무 미안해서 짠하기도 합니다.
개들과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이럴 땐 참 답답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잘 모릅니다. 셋이 있는 게 더 좋은지, 혼자있는 게 더 좋은지.
물론, 따로 또 같이 있는게 가장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공간도 있고, 같이 놀고 싶을 땐 같이 놀 수도 있는. 그런데 유기견 보호소에서 그게 쉽진 않습니다.
단이가 잠은 잘 잤는지 모르겠네요. 이불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 이불, 개집에서 꺼내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개들은 집에 이불을 깔아주면 그걸 기어코 빼냅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개는 얌전히 이불 깔아준 그대로 그 위에서 쉬는데 말이죠. 개들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다이어트 돌입
이제 단이는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김 이사님이 다이어트 사료를 준비했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습식캔도 하나씩 먹이기로 했어요. 관절 영양제도 넣었습니다. 마침 후원받은 관절 영양제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네요.
아래와 같이 지퍼백에 매일의 사료를 넣어둘 예정입니다. 사료를 넣을 양동이도 사서 그 안에 날짜별로 넣어둘거에요. 봉사자분들은 해당 날짜의 사료를 주시면 됩니다.
우선 살을 빼보고, 계속 아파하면 그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단이가 노견이라 더욱 걱정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단이, 살 빼고 건강해져보자. 산책할 땐 다같이 놀 수 있을거야. 늦었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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